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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_THE LETTER TO CALEB

지음(知音) <제28호 (20200503)>

by reminder of Him 2020. 5. 2.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伯牙)와 그의 친구 종자기(鍾子期)는 막역한 사이였습니다. 백아가 거문고를 들고 높은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으로 연주하면 친구 종자기는 옆에서, “참으로 근사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산이 눈앞에 나타나 있구나라고 말하였습니다. 또 백아가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기가 막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눈앞을 지나가는 것 같구나하고 감탄하였다고 하죠. 종자기가 죽은 후에 백아는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에 자기 거문고 소리를 들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지음(知音)은 소리를 알아듣는다는 뜻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랜선 라이프가 익숙해진 요즘, SNS를 타고 생기는 지인(知人)들은 많아집니다. 하지만 정말 속마음까지 털어놓을 지음은 드물죠. 악기를 통해서도 마음이 전달되는 그런 친구 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를 사귀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무런 이유 없이 만나고,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며 쌓은 우정 말이죠. 청년 시기가 되어 다시 그런 우정을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더욱이 온라인으로 만나야 하는 요즘, 과연 지인 말고 지음을 만날 수 있을까요.

 

 

토니 라인키는 <스마트폰, 일상이 예배가 되다>(CH북스, 2020)에서 온라인 관계의 맹점들을 밝히고 있습니다. 서로의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한 관계가 되는 것, 얼굴이 보이지 않는 글을 통해 서로를 분노하게 하는 것들, 온라인상에서는 서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처럼 여기면서도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좋아요뒤로 숨는 일들이 그것들입니다.

 

 

우리는 작은 네모상자 안에 우리의 일상을 보기 좋게 꾸며 집어넣습니다. 그 네모가 작아서 감사한 것은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은 굳이 넣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잘만 포장하면 나의 부끄러운 모습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거부당할 두려움을 갖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게 그 작은 네모상자는 우리에게 수많은 지인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나의 부끄러움까지 인정해줄 지음을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나의 소리를 듣고 마음까지 헤아려줄 친구를 만들어 줄 수는 없죠.

 

 

교회는 타인과의 실제 만남을 위한 곳, 다른 죄인들 사이에서 진정으로 나를 드러내기 위한 곳이다. 건전한 지역 교회에서 나는 거부당할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건전한 지역 교회에서 나는 동요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며 나의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데 따르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당할 것을 요구하는 영적 깊이를 추구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함께 드리는 예배를, 그 반()문화적인 행위를, 실질적 대체물을 찾을 수 없는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일이다
- 토니 라인키 <스마트폰, 일상이 예배가 되다> 88.

 

교회는 우리의 부족함까지 모두 드러낼 수 있는 곳이고, 그러함에도 전혀 부끄럽지 않아도 되는 곳입니다. 그렇게 하나님 앞에 동일한 죄인임을 고백하며 하나님의 은혜에 함께 기뻐하는 곳이죠. 그런 만남이 지속 될 때 서로가 서로의 지음이 되지 않을까요.

 

 

나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는 가장 좋은 친구는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나의 작은 소리만 들어도 내가 어떤 마음인지를 가장 잘 아는 분이시죠. 우리도 그 예수님의 소리를 듣고 그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그 마음에 반응할 수 있을 때 이 세상은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하나님의 지음이 되는 일, 참 귀한 일이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 지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길어졌죠. 이제는 만나는 것이 어색할 정도입니다. 교회는 어떤 시설보다 더 방역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제 함께 예배당에 모여도 괜찮습니다. 아직 마음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온라인 실시간 예배도 계속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이겠지요. 장소와 환경을 뛰어넘는 하나님께 예배하고 싶은 마음 말이죠. 부끄러운 모습, 감사한 모습, 있는 모습 그대로 나아가 우리의 지음이 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예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하나님의 지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020년 4월 24일 이진리 자매 갈렙 뭐하니 중

 

갈렙 뭐하니?”에 동참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서로의 일상이 정말 재밌습니다. 5월 셋째 주일인 17일은 감리교회에서 청년주일로 지정한 날입니다. 청년부에서는 장년들에게 인생 편지를 받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장년들에게 축복의 찬양을 부를 예정입니다. 비디오로 촬영해 주시고 저에게 5/10전까지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매일 저녁 나누는 말씀 나눔에는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5월 생일을 맞은 청년들을 축하합니다. 백홍규(8), 윤지민(15), 최희영(24), 최강(26), 김기석(28), 이나임(31)입니다.

 

 

코로나19의 아픔이 여전히 진행 중인데, 한 주간 이곳저곳에서 일어난 화재로 인하여 고통이 끊이지가 않습니다. 함께 아파해주시고,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계절의 여왕인 5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누리는 갈렙 청년들이 되기를 바라며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2053

유동근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