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는 정글에서
밤마다 기도하며 잠이 든다.
날이 밝고 아침이 와
가장 걸음이 느린 가젤보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굶어 죽을 것임을 걱정하면서.
가젤은 정글에서
밤마다 기도하며 잠이 든다.
날이 밝고 아침이 와
가장 걸음이 빠른 사자보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밥이 되고 말 것임을 걱정하면서.
사자나 가젤이나 모두 알고 있다.
아침이 되어 태양이 떠오르면
모두 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 이어령, <짧은 이야기, 긴 생각>(시공미디어, 2014)
이 이야기는 “세계의 경쟁자들이 모여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의 추임새 같은 노래”라고 합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강한 사자는 자연 생존율이 20%를 넘지 못하는데, 먹히기만 하는 가젤의 생존율은 사자의 배가 된다고 하죠. 이어서 이어령 교수님은 “살아 있다는 것, 숨이 멈추도록 뛸 수 있는 심장의 고동 소리는 이토록 기막힌 생명, 승자의 노래인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도 바울은 죽기를 바랐던 사람입니다. 고통 중에 있는 것보다는 그리스도와 함께 있기를 원했죠.
“나는 둘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나로서는 몸을 떠나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삶이 훨씬 더 좋습니다.”(빌립보서 1:23, 우리말성경)
하지만 바울은 자신의 동료들을 위해 살기를 다짐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을 위해 내가 육신에 머무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믿음의 진보와 기쁨을 위해 내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머물고 함께할 것을 확신합니다.”(빌립보서 1:24-25, 우리말성경)
그렇게 살기로 다짐한 바울은 죽기까지 복음을 전하는 일을 위해 달려갔습니다.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립보서 3:14, 개역개정)
바울은 예수님을 향해 뛰는 심장을 가지고 살게 된 것이죠.
코로나19로 인하여 서로를 보지 못한 지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습니다. 랜선으로 만나는 것이 그나마 우리의 연(緣)을 이어왔지만, 그런 만남이 지칠 때가 되었습니다. 대학교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인강’을 듣는 듯하고, 직장 생활도 생기를 잃은 지 오래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신앙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토록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을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요.
사랑의 병원 황성주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에 찾아올 변화를 예견하며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일곱째, 종교의 본질 회복이다. 종교의 대형화, 상업화, 물질화에서 영성을 강조한 소그룹 공동체로의 급격한 전환이 이뤄지고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이 증대될 것이다. 종교가 아닌 라이프스타일로, 예배의식이 아닌 삶의 예배로, 성직자 중심에서 평신도 중심으로 사역의 대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다.” (“문명사의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국민일보. 2020.04.16. 기사 중) [👉기사보기]
질병 때문에 전부 우울증에 걸린 것 같고, 일상이 무너진 것 같고, 교회는 힘을 잃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본질을 회복할 좋은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질병 때문에 도망 다니고 있는 것 같지만 끝까지 믿음을 지키며 살아남을 이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질병이 찾아 왔지만, 생명까지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는 문을 닫았지만, 믿음까지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진짜 생명력은 아직 숨이 멈추도록 뛸 수 있는 심장을 가진 사람에게 있습니다. 매일 아침 죽을지 모르지만, 어떤 상황에도 달리겠다는 마음을 가진 가젤과 사자처럼 말이죠. 어떤 상황에도 그리스도인으로 살고자 하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지난 월요일부터는 “갈렙 뭐하니?”가 시작되었습니다. (👉갈렙인스타그램 @itwc_caleb) 어려운 상황에 행정리더들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작은 프로그램이지만 동참해 주시고, 이들의 애씀에 반응해 주시고, 또 격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예배는 유튜브 라이브로 드리니 녹화 방송보다는 조금 더 좋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혹시 현장에서 예배를 드리기 원하는 분들은 오셔도 괜찮습니다. 예배당 안에는 2미터 간격을 두어서 자리를 배치해 두었습니다. 지난 주일에 구청과 주민센터 직원들이 우리 교회의 예배 모습을 보시곤 모범적인 교회의 모델이라고 하였으니 공인 인증(?)된 교회가 맞습니다. 건강이 걱정되거나 체력이 약한 분들은 온라인으로 참여하셔도 좋습니다.
지난 16일은 세월호 6주기 되는 날이었습니다. 열심히 달리고 싶었던 그 어린 학생들의 심장은 어른들의 욕심으로 멈춰 버렸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들의 몫까지 더 힘써 달려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달릴 힘이 있거든요. 그 생명력의 근원은 우리 안에 살아계신 예수 안에 있습니다. 그 신비를 날마다 체험하는 갈렙 청년들이 되기를 바라며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20년 4월 19일
유동근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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