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_THE LETTER TO CALEB31 지금 이 순간 <제31호 (20200830)> 아내의 본가가 있는 강원도 정선은 제가 참 좋아하는 곳입니다. 큰 산들에 둘러싸인 마을 안에 처갓집이 있는데, 마을 전체가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아파트의 가장 높은 층에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살고 계십니다. 마을 한가운데를 유유히 흐르는 강물, 아무런 말이 없이 늘 그 자리를 지키는 산들, 큰 소리가 들리지 않는 조용한 마을을 둘러보는 시간만큼 마음이 편안한 시간이 없습니다. 물론 집 안에서는 시끄러운 아이들이 눈을 떠서 잠들기 직전까지 소리를 지르고 있어서 귀는 쉴 틈이 없었지만 말입니다. 오랜만에 핸드폰의 알람도 꺼두었습니다. 아침에 마음껏 자고, 밤에는 아이들과 함께 잠들고, 좋아하는 책도 읽고, 게임도 하고,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틈을 내어 영화도 한 편 보았네요.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 2020. 8. 30. Wind down <제30호 (20200823)> “긴장을 풀고 쉬는 것”, “완만한 종료”를 의미하는 영어 표현 중에 wind down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우리 얼마나 긴장된 삶을 살아가나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길거리에 나가는 것도, 좁은 공간에서 누군가 헛기침이라도 할 때면 나 역시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두려움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두려운 미래를 알면서도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몸은 쉬고 있지만 마음은 늘 긴장된 상태입니다. 서양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차렷 자세(“어텐션”, Attention!)로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어려운 일을 하려면 몸을 먼저 풀어야 한다고 하네요. 이어령의 (시공미디어, 2014)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2020. 8. 22. 에움길 <제29호 (20200607)> “욕구 불만이나 갈등에 빠졌을 때 상황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충동적이고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지름길 반응”이라고 합니다. 목적지에 되도록 일찍 도착하기 위한 노력을 말하는 것이죠.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주기보단, 직관적인 판단을 중요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이런 “지름길 반응”을 잘 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판단이 빠르고, 분명하고, 늘 센스가 있어서 사람들을 지루하게 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부러워하죠. 합격의 지름길을 아는 사람들, 행복의 지름길, 성공의 지름길을 알고 빠르게 걷는 사람들을 부러워합니다. 부러움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우리도 이 시간을 빨리 빠져나가고 싶거든요. 그래야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을 할 .. 2020. 6. 7. 지음(知音) <제28호 (20200503)>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伯牙)와 그의 친구 종자기(鍾子期)는 막역한 사이였습니다. 백아가 거문고를 들고 높은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으로 연주하면 친구 종자기는 옆에서, “참으로 근사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산이 눈앞에 나타나 있구나”라고 말하였습니다. 또 백아가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기가 막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눈앞을 지나가는 것 같구나” 하고 감탄하였다고 하죠. 종자기가 죽은 후에 백아는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에 자기 거문고 소리를 들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지음”(知音)은 소리를 알아듣는다는 뜻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랜선 라이프가 익숙해진 요즘, SNS를 타고 생.. 2020. 5. 2.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