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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_THE LETTER TO CALEB

포옹 <제26호 (20200412)>

by reminder of Him 2020. 4. 12.

1970년대 초에 인도 북부 가르왈히말라야 지방에서 여성들을 중심으로 나무를 보호하려던 운동이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산속에서 평화롭게 살던 이 지역에 중국과 인도 간 국경분쟁이 터지게 되었습니다. 인도 정부는 국경이 있는 곳에 지뢰를 심고 군대를 배치하며 도로를 놓으면서 히말라야 삼림지대에서 목재를 가져다가 돈을 벌어보려고 했습니다. 수많은 목재상이 숲을 밀고 땅을 엎었습니다. 그들이 지나간 곳은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하게 변했습니다. 목재상들의 이러한 행동을 가만히 볼 수 없었던 가르왈히말라야 지방의 여성들은 벌목꾼들이 나무를 베러 올 때마다 산에 올라 나무를 몸으로 끌어안았습니다. 그들의 작은 행동은 옆 마을로 번졌고, 많은 사람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 운동을 “칩코(chipko) 운동”이라고 부릅니다.

 

 

 

 

‘칩코’는 힌두어로 ‘끌어안다’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여성들이 나무를 지키기 위해 끌어안았을 때 나무도 살고, 그 지역도 살고, 지구도 살게 된 운동이었죠. 가녀린 여인들이 나무를 끌어안는 것도 이처럼 큰 힘이 있는데, 사람이 사람을 안아 줄 때 생기는 힘은 얼마나 클까요.

 

 

‘포옹’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포’(抱)자는 태아가 태보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그래서 ‘감싸다’는 의미를 가진 ‘包’자에 ‘손’의 의미를 가진 手자를 합하여 ‘손으로 감싸 안다’는 뜻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즉 가슴에 품는 것이죠. ‘옹’(擁)자 역시 ‘손’의 의미를 가진 手자와 ‘화할 옹’(雍)자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화할 옹(雍)자는 ‘뜻이 맞다’나 ‘기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손으로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기뻐하며 끌어안다는 의미죠. 포옹은 ‘손’을 뻗어 누군가를 보호하는 행동이며,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기뻐하는 행동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껴안습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안아주고, 누군가와 뜻을 같이하여 기뻐하기 위해 껴안습니다. 사랑하고 지켜내기 위하여 우리는 서로 포옹을 하는 것이죠.

 

 

주님은 이 땅에 있는 자신의 사람들을 모두 지키고 싶어 하셨습니다. 끝까지 사랑하셨죠. 그 사랑은 제자들의 연약함을 끌어안으시는 모습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머니의 태 안에 담긴 아이처럼 제자들을 품어주셨죠. 뜻을 함께할 사람을 만나서 기뻐하셨던 것처럼, 제자들과 하나님 나라의 뜻을 나누며 함께 즐거워하셨습니다. 제자들과 포옹하신 것이죠.

 

 

주님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아마도 그 널은 품에 안기는 것 아닐까요? 손을 벌려 우리를 완전히 품에 안아주실 주님, 우리를 죄와 악한 세상으로부터 지켜주실 주님의 품 안에 안기고 싶지 않으신가요? 주님과 뜻을 함께하며 기뻐하고 싶지 않던가요? 부활의 기쁨이 우리를 끌어안으시는 사랑으로 다가오면 좋겠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어서 사회적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언제쯤 끝이 날까요.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을 한 번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올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를 끌어안으시는 주님의 부활 소식을 만나서 전할 수 없는 것이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으레 달걀을 나누고,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그 평범한 일상 말이죠. 조금만 더 견뎌냅시다. 그리고 다시 만나는 그 날 서로 힘껏 포옹해 주자고요.

 

 

 

 

갈렙 여러분들의 소식이 궁금해서 내일(4/13)부터는 “갈렙 뭐하니?”를 시작합니다. 지목을 받은 청년은 자신의 일과를 몇 장의 사진으로 찍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서기(최자연 자매)에게 보내주시면, 예쁘게 포장하여 SNS에서 소식을 나누겠습니다. 아침 묵상과 잠들기 전에 묵상 한 구절도 꾸준히 진행 중입니다.

 

 

 

 

 

서로의 교제를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린 서로 지켜줄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어떻게 세워진 공동체인데, 이런 질병 하나로 우리의 관계가 무너질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한 사람이 나무를 끌어안았을 때 그 지역과 지구를 살릴 수 있었던 것처럼, 한 사람이 공동체의 구성원 한 명을 지켜주려 할 때 우리는 주의 사랑을 발견하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주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그 부활의 소망이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힘이 되기를 바라며 갈렙 청년들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20년 4월 12일

유동근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