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빈공간이 많기 때문에 우리의 뇌가 끊임없이 여백을 보충하게 만든다. 상상력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게 만든다. .. 무조건적 수용이 아니라 일단 유보하고, 의심하고, 다른 측면을 생각해보는 지성적 사고의 훈련은 독서에서 출발하는 것이 여전히 정도(正道)라고 본다.” (문유석, <쾌락독서>)
책에 있는 ‘여백’은 우리의 뇌에 생각할 힘을 키워줍니다. 그림에 있는 ‘여백’은 우리의 뇌에 상상할 힘을 키워줍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는 ‘여백’은 둘 사이의 신뢰의 힘을 키워주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여백의 힘을 잘 알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귀신을 쫓아내며 하나님의 능력을 펼친 제자들에게 “수고했다! 다음 목표는 더 큰 사탄이다!” 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제자들에게 “이제 좀 쉬거라”(막 6:31 이르시되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 하시니 이는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음식 먹을 겨를도 없음이라)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보다 여백의 힘을 알고 계셨던 분이죠.
우리의 일주일은 어떠한가요? 생각할 여백이 좀 있나요. 상상할 여백, 신뢰의 힘을 실어줄 여백을 좀 가지고 계신가요? 우리의 삶은 어떻습니까? 생각할 여백을 가지고 살아오셨던가요. 나의 삶에 대해 상상하고 신뢰할 여백이 있나요? 아니면 그 여백마저도 무언가로 채우시느라 바쁘게 살아가고 있나요.
여백이 없는 삶에 찾아오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질병과 같은 것이죠.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바로 ‘분노’입니다. 혹자는 ‘악마는 순간 속에 산다’고 말합니다.
“순간의 분노, 순간의 오해, 순간의 욕망, 순간의 좌절, 순간의 유혹.. 악마는 순간을 지배한다. 순간을 지배함으로써 모든 것을 지배하는 법을 안다.”(김은주, <허밍버드>)
여백이 없는 삶에는 분노가 자리하게 마련입니다.
사도바울은 복음을 설명한 후에 그 복음을 삶에 적용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덧붙이는데요.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로마서 12:19, 개역개정)
이 부분을 영어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leave room for the wrath of God” 직역하면 “하나님의 분노를 위한 공간(여백)을 남겨 두라”는 말이죠. 분노할 일을 만났을 때 혼자 분노하고 혼자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께서 그 일에 대해 분노하실 여백을 남겨 두는 것이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죠.
마음에 하나님의 여백을 둘 때 순간의 분노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순간의 오해, 순간의 욕망, 순간의 좌절, 순간의 유혹을 이기는 방법은 우리의 마음에 하나님의 공간을 마련해 두는 것이죠. 여백을 가질 수 없는 인생에서 가장 바쁜 날들을 살아가는 청년의 시기에 여백이라니요. 그러나 이런 삶과 우리의 마음에 여백을 두는 일이야말로 참믿음 아닐까요.
2월 28-29일에 준비하고 있는 겨울 수련회 일정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1박 2일 행사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너무 적어서 행정리더들과 회의한 끝에 2월 29일(토), 3월 7일(토) 이렇게 두 번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토요일은 오후 1~5시에 공동체를 위한 강의와 나눔을 중심으로 모임을 갖습니다. 두 번째 토요일은 오후 5~9시에 예배를 중심으로 할 예정입니다. 여러 번 일정이 바뀌게 되어 정말 죄송한 마음입니다. 너그러이 용납해주시기를 부탁드리며, 또 수련회에 시간을 비워서 참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바쁜 일상에 여백이 될 것이고, 그 여백을 통해 하나님께서 주시는 힘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내일(17일)부터 금요일(21일)까지 특별새벽기도회를 갖습니다. 빌립보서 1-2장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을 듣고, 아침 식사도 함께 할 것입니다. 함께 모여 기도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백을 통한 생각의 힘, 상상력의 힘, 신뢰의 힘, 순간의 악마를 제어할 힘을 얻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여백을 통해 우리를 온전히 다스리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살아갈 갈렙 청년들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20년 2월 16일
유동근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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