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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_THE LETTER TO CALEB

사장이 되고 싶습니까 <제22호 (20200209)>

by reminder of Him 2020. 3. 25.
일본의 한 언론사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승진을 거듭해서 언젠가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사장이 되고 싶다.’ 라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13퍼센트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야심이 없다. 회사 내의 경쟁에서 승리해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을 했는데 정말 그런 것인가?

 

무라카미 류의 <살아남는다는 것에 대하여>(홍익출판사, 2015)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사장이 되는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매달 정해진 날에 급여가 나오고, 조금이라도 좋으니 매년 올라간다면 안심과 희망을 얻을 겁니다. 그런데 그 작은 약속도 지켜지지 않으니, 언제 해고될지 언제 이 지긋지긋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지를 생각하며 돈 많은 백수를 꿈꾸게 되는 것이죠.

 

어느 사회학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99퍼센트의 사람들을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고 규정했습니다. 이 단어는 불안정하다, 불확실하다는 뜻의 프리어케어리스(precarious)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로,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 처한 비정규직 혹은 파견직 노동자, 실업자, 노숙자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자유경제 시대 속에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사장은 되기 싫고, 돈은 많이 가지면 좋겠고, 현실은 불안한 모습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지요.

 

무라카미 류는 위의 책에서 사장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별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능력이 있는 젊은이는 사장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고, 사업을 세우고 싶어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독자들을 일갈(一喝)합니다

 

 

다윗은 왕의 자리를 위해서 살아가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도망자이든,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삶이든 상관없이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고 사명을 따라 살아가던 사람이었죠. 그래서 그는 하나님의 마음을 따르는 사람(내 마음에 맞는 사람, 13:22)이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예수께서는 이 땅에 왕으로 오신 분이지만, 왕의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던 분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당신을 보내신 아버지의 사명을 따라 살아가던 분이셨죠. 이처럼 불확실한 삶 속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자리가 아니라, 오늘을 생명력 있게 살아가게 할 사명이 아니던가요.

 

하나님을 예배하고, 하나님의 말씀 앞에 나를 비추어 보는 일은 사명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어떻게 사명을 따라 살아갔는지를 바라보면서, 오늘 나에게도 찾아오실 하나님을 기대하는 것이죠. 그러니 한 번의 예배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228-29일에 준비하고 있는 겨울 수련회는 무너진 성벽을 세우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배는 뜨겁지만 삶은 무너진 모습, 삶은 열심이지만 예배는 열정이 없는 우리의 삶에 말씀을 통해 균형을 세우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사실 예배와 삶은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올바른 예배를 드리면 그 예배는 반드시 바른 삶의 모습으로 연결됩니다. 예배의 은혜는 끝난 뒤의 모습으로 증거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삶에서 정직과 공의를 지키며 살아간다면, 그 사람의 예배 역시 진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삶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기 때문이지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어쩌면 우리가 어떤 자리만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요. 예배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으로 만족하고, 부르심의 소명은 발견하지 못한 채 의미 없는 일을 반복하며 겨우겨우 삶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 말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하나님 나라의 꿈을 꾸고 싶습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예배하고 삶에서의 변화와 감격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나 자신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비추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수련회를 기도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12()26() 저녁 830분에 모여서 기도합니다. 또한 17()부터 21()까지는 아침 630분에 말씀을 나누고 기도하고 든든한 아침 식사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기억해 주시고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뒤덮기 전에 공포심이 먼저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개인의 청결에 힘을 써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두려움보다 지극히 크신 하나님을 신뢰하며 마음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중보기도 제목을 보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 주도 주님이 주시는 힘으로 살아가시기를 바라며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20년 2월 9일 

유동근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