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들이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짜증 섞인 말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에 눈이 부시다고 화를 내고, 우유가 시원하지 않다고 짜증을 내고, 손에서 땀이 난다고 짜증을 내고, 밥이 옷에 묻었다고 화를 냅니다. 보다 못한 아내와 저의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옵니다.
이러한 고민을 어디에다가 말 할 수 없어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머니, 서준이가 짜증을 많이 내요. 저도 어렸을 때 그랬어요?” 어머니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습니다. “그래! 너도 그랬다.” 혹시 누나와 헷갈렸을까봐 다시 여쭈어 보았습니다. 어머니의 대답은 똑같았습니다. “그래! ‘너’가 그렇게 짜증을 많이 냈어.” 아들에 대한 궁금증이 한 순간에 해결이 되었습니다. ‘서준이는 날 닮아서 그렇구나.’ 아들의 모든 짜증을 다 받아주며 점점 인내심의 한계를 늘 넘어서는 아내에게 더 미안해지는 날이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닮습니다. 자녀의 연약함은 부모의 연약함으로부터 기인한 것입니다. 자녀의 장점도 부모의 장점과 같은 것이지요. 자녀가 가진 타고난 기질은 부모의 유전자로부터 물려받는 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나를 알려면 부모님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려면 부모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나를 찾아가려면 영혼을 불어 넣어주신 하늘 아버지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나를 찾기 위해 우리는 멈춰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행은 보통 걸어 다니고 움직이는 것이지만, 나를 찾는 여행은 멈추는 일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발걸음에 발을 맞춰 힘들게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나의 속도를 찾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들이 관심 갖는 것을 욕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세나 트렌드는 다수의 관심으로 형성이 됩니다. 그러니 다수의 관심을 장악하거나 주도할 때 사람들 사이에서 입지가 공고해지고 권력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자연스럽게 ‘주류’ (majority)가 되는 것이지요. 우리의 인생이라는 여행이 주류가 되기 위한 것이거나 혹은 대세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라면 그 여행은 참으로 분주한 시간일 것입니다. 영혼을 가진 참 나의 속도가 아니라, 육체만 가진 욕망의 속도만 따라가는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나의 십자가로 고백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소수(minority)였습니다. 들어가는 문도 좁고 걷는 길도 협착해서 찾는 이가 적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길을 걸어갈 때 비로소 우리는 하늘 아버지를 닮은 참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인생을 여행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요? 그런 여유로움은 치열하게 살지 않는 모습이라고 나무랄 뿐입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살고, 여행을 일상처럼 여기는 태도는 말씀으로 오신 그리스도와 동행할 때 주어집니다. 예수님을 알고 싶고,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 멈출 수 있는 능력도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됩니다. 나를 찾는 여행의 처음이자 마지막은 하늘 아버지를 아는 것입니다.
그 여행을 갈렙 공동체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2박 3일간의 짧은 수련회를 통해서 그 여행을 잠깐 맛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입니다. 개인적인 일로 인하여 수련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는 것을 압니다. 참석하는 청년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물론, 그 자리에 있는 청년들도 함께하지 못한 청년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오늘 예배 후에는 8월 생일 축하가 있습니다. 8월에 생일을 맞이한 청년들을 – 황민희(8/1), 최하경(8/21), 곽형제(8/27), 정명수(8/31) - 축하합니다. 이진리 자매(92또래)와 최우석 형제(89또래)가 새 가족 교육을 마쳤습니다.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또한 새 가족 교육에 애써준 선민 형제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더위의 한 가운데를 지나는 것 같은데 벌써 입추(立秋)가 지났고, 오늘이 말복입니다. 곧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것입니다. 견디기 힘든 더위가 지나가고 시원한 날들이 오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도 시원한 성령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소망합니다. 갈렙 청년들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19년 8월 11일
유동근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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