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인비는 그의 <역사의 연구>에서 퍽 흥미 있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아시리아가 승전을 거듭하는데 본국은 망해 갔다. 그래서 전쟁에 이겨서 돌아가려고 하니까 돌아갈 조국이 없더라는 겁니다.” - 이어령 <세계 지성과의 대화>
전쟁에서 이겼지만 돌아갈 조국이 없다면 어떨까요? 나태주 시인은 「행복」이라는 시에서 행복이란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이라고 하였습니다.
지난 몇 주간 ‘나를 찾는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목회서신을 나누었습니다. 여행에서는 무엇보다 ‘길벗’이 중요하고, 여행이 ‘이야기’를 채우는 시간이 될 때 행복한 여행이 될 것이며, 여행을 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고, 나를 찾기 위해서는 나에 대해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읽어야 하며, 나의 창조자 되시는 ‘하나님’을 알아갈 때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수련회의 파송 예배 시간에는 내가 속한 ‘우리’를 발견할 때 비로소 ‘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말씀을 드렸죠.
그런데 이 여행을 즐기는 모든 방법들을 마무리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돌아갈 집’입니다.
여행의 순간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편안히 돌아가서 쉴 집이 있기 때문입니다. 식탁 위에 화려한 음식이 아니라 소박한 반찬으로 채워져 있어도, 함께할 길벗이 없어도,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도 언제나 그 자리에 내가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위로와 평안을 줍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인생을 여행처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때로는 크게 다치기도 하고, 차편을 놓치기도 하고, 여비를 전부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한 길벗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여행을 잠깐 멈추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다시 여행의 길에 서게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에게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인생을 여행처럼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만일 땅에 있는 우리의 장막 집이 무너지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 곧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요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아느니라. (고린도후서 5:1, 개역개정)
그는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땅에 있는 장막 집이 무너져도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예수님의 말씀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요한복음 14:2-3, 개역개정)
우리에게 영원한 집을 마련해 주신 분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을 여행처럼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나를 찾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2박 3일간의 수련회를 잘 마쳤습니다. ‘하루’라도 참석 해 준 청년들과, 중보기도자로 참여해 주신 권사님들, 청년들을 응원해 주시려 멀리까지 다녀가신 성도님들을 포함하면 51명의 사람들이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물질과 기도로 후원해 주신 모든 성도님들과, 마음만이라도 함께하신 청년들을 포함하면 헤아릴 수 없는 수가 관심을 갖고 함께 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수련회에 참여한 많은 청년들이 능동적으로 함께 해 주어서 더욱 풍성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세 미녀의 애니어그램 강의”와 정말 유쾌한 “홍자강”, 그리고 환상의 캐미을 보여준 “조조게임”, 몸을 태우며 고기를 구워준 종민, 진우, 우석, 선민형제, 야식 주문의 센스를 발휘한 준엽형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느라 수고한 나임, 혜주자매, 2박 3일의 수련회를 3박 4일로 만들며 열심히 준비한 찬양팀, 모두에게 20살의 상큼함은 이런 것임을 분명히 각인시켜준 민희, 지아, 물 흐르듯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분위기를 리드한 희영자매, 직장을 가야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서도 열심히 참여해준 주영, 수연, 우석, 지은, 주현, 은호, 규현, 진리자매. 자신들의 일처럼 열심히 도와준 권순호, 원동성 전도사님. 행사의 앞뒤로 끝까지 책임져준 너무 수고한 임원들.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경험할 수 있었던 수련회였습니다. 모두에게 긴 여행을 시작할 힘을 얻을 수 있던 시간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시작하는 우리들 각자의 마음과 갈렙 공동체에 일어날 작은 변화들을 꿈꿉니다. 갈렙 공동체가 긴 여행을 평생 함께할 여행의 동반자가 되는 것, 함께한 시간들이 훗날 나눌 수 있는 좋은 이야기가 되는 것,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영의 양식을 먹는 것,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며 나를 찾아가는 것, 함께 자신이 만난 하나님을 나누며 하나님에 대한 만남이 풍성해 지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돌아갈 집이 있음을 알고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꿈이 곧 ‘하나님 나라’라는 꿈 아닐까요? 그 꿈을 함께 꾸고 싶습니다. 갈렙 청년들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19년 8월 18일
유동근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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