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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시겠습니까? <제16호 (20191110)> 어제(11/9)는 참 감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전에 섬기던 교회의 청년들이 9년이라는 긴 시간의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하였습니다. 아쉽게도 양가 부모님들의 종교가 기독교가 아니어서 예식을 기독교의 방식으로 할 수 없었지만, 이 부부가 “가장 기독교의 색깔을 갖지 않은”(?) 목사를 생각하던 중에 제가 생각이 나서 주례로 설 기회를 주었습니다. 생애 처음 주례를 준비하면서, 그것도 기독교의 가르침을 티가 안 나게 전해야 하는 어려운 과업을 수행하느라 고민했던 주례사의 일부를 나누려 합니다. 저는 지금 이 시간이 연극 같아요. 과거에 한 교회에서 제가 설교를 하고, 최00 군이 예배 후에 광고를 하고, 심00 양이 셀 리더로 사람들을 챙기고, 사회를 보는 00형제는 찬양팀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던 시간이 .. 2020. 3. 24.
책 한 권 읽을 여유가 있나요 <제15호 (20191103)>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해진 요즘 책을 읽는 것이 낯설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도심 속에 중요한 약속의 장소가 되었던 서점들이 문을 닫고, 출판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도 당연한 결과이겠죠. 이렇게 가끔 쓰는 서신을 읽는 것보다, SNS를 통해 올라오는 사진을 한 장 보고 지나가는 것이 익숙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시간을 분초로 쪼개서 쓰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가만히 앉아서 재미없는 글들을 읽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책을 읽는 일은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일입니다. 시간을 많이 들인다는 것은, 그 시간 만큼 다른 것들을 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 시간 자체의 즐거움을 깨닫지 못하면 더 재밌는 일에 쉽게 마음을 빼앗길 수 있는 일이죠. 선조들은 생각을 집중하.. 2020. 3. 24.
아름다움 그 차체 <제14호 (20191006)> 장미는 이유를 모른다. 장미는 피기 때문에 핀다. 장미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고 누가 자기를 보는지 묻지 않는다. 독일의 시인 안겔루스 질레지우스(Angelus Silesius, 1624-1677)의 시입니다. 그가 이런 시를 쓰게 된 것은 신학자 에크하르트(Meister Johannes Eckhart, 1260~1327)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에크하르트는 “하나님이 왜 인간이 되셨는가?” 라는 물음에 전통 신학처럼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혹은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하나님께서 왜 인간이 되셨는가라는 질문에 “장미는 피기 때문에 핀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하늘 영광을 버리시고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신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에크하.. 2020. 3. 24.
신앙과 교육 <제13호 (20190915)>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교육’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물론 하나님에 대해 배우거나 듣지 못하면 하나님을 신앙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교육’으로 신앙이 생겨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을 향한 신앙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이지요. 신앙과 교육에 대하여 아스머(Osmer)라는 학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신앙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자유로운 선물이다. 신앙은 은혜로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응답에서 생겨나고, 성령의 내적인 활동에 의해서 실재하게 되고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Faith is a free gift from God. It comes into being in response to God’s word of grace, made real and effective through the.. 2020.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