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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_THE LETTER TO CALEB

책 한 권 읽을 여유가 있나요 <제15호 (20191103)>

by reminder of Him 2020. 3. 24.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해진 요즘 책을 읽는 것이 낯설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도심 속에 중요한 약속의 장소가 되었던 서점들이 문을 닫고, 출판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도 당연한 결과이겠죠. 이렇게 가끔 쓰는 서신을 읽는 것보다, SNS를 통해 올라오는 사진을 한 장 보고 지나가는 것이 익숙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시간을 분초로 쪼개서 쓰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가만히 앉아서 재미없는 글들을 읽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책을 읽는 일은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일입니다. 시간을 많이 들인다는 것은, 그 시간 만큼 다른 것들을 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 시간 자체의 즐거움을 깨닫지 못하면 더 재밌는 일에 쉽게 마음을 빼앗길 수 있는 일이죠.

 

 

선조들은 생각을 집중하고 글을 쓰기에 좋은 장소를 타고 있는 말 위(馬上), 잠자리의 베개 위(枕上), 변소(厠上)’라고 하였습니다. (所作文章 多在三上 馬上枕上厠上也) 생각을 집중하기 좋은 그 시간 -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길을 가는 중에, 잠들기 전에, 화장실에 있을 그 시간 - 에 우리의 손에는 언제나 스마트폰이 들려 있습니다. 생각을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을 쓸모없는 정보를 탐닉하는 것에 소비하고 있는 것이죠. 짧은 시간조차 책을 읽는 일에 사용할 수 없으니, 긴 시간을 들여 책을 읽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임이 분명합니다.

 

저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자 선비가 말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세 가지 여유로운 시간이 있습니다농사가 없는 겨울, 철과 하루의 일이 끝난 밤 그리고 비가 와서 일하지 못하는 날, 그때를 허비하지 말고 책을 읽으면 됩니다.”

 

막시무스 저 막시무의 날마다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법(갤리온, 64-65.)중에 나오는 글입니다. 누구나 책을 읽을 만한 시간이 있으니 독서의 시간을 찾아 책을 읽으라는 의미의 독서삼여’(讀書三餘)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독서에 관하여 이런 말을 했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과 비교해볼 때 아무런 이점이 없다.”(The man who does not read books has no advantage over the man who can’t read them.)

 

책을 읽는 자체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작은 시간 모아서 책을 읽는 것에 사용한다면 어쩌면 독서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독서는 저자의 모든 것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글을 읽지만. 사실은 그 사람을 읽는 것이지요. 짧지 않은 시간을 저자와 함께 보내겠다는 의지적인 선택입니다.

 

흔히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이 시기를 놓치면 연말과 연초의 분주함 때문에, 혹은 여름 휴가 등으로 책을 읽을 여유가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책 한 권을 읽을 여유가 없는 사람이 성경을 읽을 시간은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성경을 읽지 않으면서 신앙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참 놀라운 일입니다. 이 좋은 계절에 책을 읽는 시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11월에는 교회 안팎으로 행사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임원들이 여러 행사에 참여하지 말고 예배에 집중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오늘(11/3) 진행 예정인 전교인 남산 산행과 다음 주(11/10)에 준비하고 있는 선교회 찬양 예술제에는 청년들이 참여하지 않습니다. 대신 예배와 소그룹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마음을 모아주시고 함께 예배하는 일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일 오후 예배 후에는 2019년 정기총회가 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고 2020년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총회 후에는 청년 전체 회식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시간을 비워두시고 함께하시면 좋겠습니다.

 

11월에 생일을 맞은 청년들을 축하합니다. 한주희(9), 최우석(9), 곡문해(14), 신민지(17), 이대훈(17), 조에스더(22), 오선민(27), 조은희(27), 박준영(29)입니다. 14일에는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합니다.

 

결실의 계절이라는 부담이 우리를 힘들게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긴 인생의 계절로 볼 때 아직은 결실하지 않아도 되는 때이니 말입니다. 갈렙 청년 여러분들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19년 11월 3일

유동근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