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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_THE LETTER TO CALEB

사랑하시겠습니까? <제16호 (20191110)>

by reminder of Him 2020. 3. 24.

 

어제(11/9)는 참 감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전에 섬기던 교회의 청년들이 9년이라는 긴 시간의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하였습니다. 아쉽게도 양가 부모님들의 종교가 기독교가 아니어서 예식을 기독교의 방식으로 할 수 없었지만, 이 부부가 가장 기독교의 색깔을 갖지 않은”(?) 목사를 생각하던 중에 제가 생각이 나서 주례로 설 기회를 주었습니다. 생애 처음 주례를 준비하면서, 그것도 기독교의 가르침을 티가 안 나게 전해야 하는 어려운 과업을 수행하느라 고민했던 주례사의 일부를 나누려 합니다.

 

저는 지금 이 시간이 연극 같아요. 과거에 한 교회에서 제가 설교를 하고, 00 군이 예배 후에 광고를 하고, 00 양이 셀 리더로 사람들을 챙기고, 사회를 보는 00형제는 찬양팀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던 시간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지금 두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인데, 저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지금 몰래카메라죠? 꼭 다들 연기를 하는 것 같네요.

그런데 잘 생각을 해보니깐, 우리의 인생이 꼭 연극과 같습니다. 10대에는 학생의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합니다. 20대가 되어서는 청년의 가면을 쓰죠. 직장에 들어가서는 회사원의 가면을 써요. 서비스직에 종사하면 늘 웃어야 하는가면을 쓰기도 하죠. 그렇게 지내다 결혼을 하면 남편의 가면, ‘아내의 가면을 씁니다. 시간이 지나서 자녀를 낳으면 이제는 부모의 가면을 쓰기도 하죠.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해내려고 애를 쓰는데 사실 그 얼굴은 가면, ‘가짜 얼굴이죠. 그래서 신기하게도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다할수록 마음 한구석에 채워지지 않는 소외감이 생기게 됩니다. 결혼해서 남편/아내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 점점 기쁘지가 않은 거죠. 자녀를 낳고 열심히 부모의 역할을 했는데 우울증이 생기는 겁니다. 최근에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이 이런 이야기거든요. 나는 내 인생에서 해야 하는 역할들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그 결과로 우울증을 얻은 것이죠.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바로 살면서 여러 가지 가면을 쓰는 일에만 집중했지, 가면 뒤에 있는 진짜 나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결혼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다가 가장 힘들게 하는 일이라고. 법륜스님은 부부는 이기심으로 맺어진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넌 내가 사랑하니깐 나랑 살아!’ ‘당신은 내 아내이니깐 내 말을 들어야지!’ ‘당신은 아이들의 아빠니깐 이런 모습을 보여주어야지!’ 두 사람의 욕심이 부부의 인연을 맺게 했고, 결국 그 욕심이 채워지지 않으니 서로 다투게 된다는 겁니다.

가정은요. 새로운 가면을 쓰는 곳이 아니고, 여러 가지 가면에 지친 사람이 자신의 모든 모습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사람 앞에서 가면을 벗는 곳이 바로 가정입니다. 진짜 나를 찾는 자리가 되어야 하죠. 신랑 최00 군이 심00 양의 남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최00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심00 양이 해야 합니다. 신부 심00 양이 최00의 아내로 시댁의 며느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심00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심00 양의 남편으로서 최00 군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죠.

완벽한 아내, 완벽한 며느리, 완벽한 남편, 완벽한 사위는 드라마에만 있습니다. 현실에는 없어요. 서로 그런 역할을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의 가면 뒤의 진짜 얼굴을 발견하고 그 부족한 부분을 덮어주는 유일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죠. ... (중략)

이 땅에는 그렇게 서로의 부족한 모습까지 사랑해주는 롤 모델이 별로 없는데요. 그런 사랑을 하는 가장 가까운 롤모델을 찾으라고 한다면 아마 부모님일 겁니다. 지금 이 자리에 두 사람이 설 수 있도록 믿어주시고, 부족한 모습을 알면서도 이해하고 사랑해주시는 분이죠.

그리고 그런 사랑을 보여주신 또 다른 분은 바로 하나님입니다. 부모님에게도 속일 수 있는 거짓된 얼굴. 그 가면 뒤의 가장 부족하고 연약한 모습을 분명히 알고 계시면서 끝까지 사랑해주신 분이거든요. 나를 사랑하니깐 나를 조종하시려고 하는 분이 아니고, 나를 사랑하셔서 나를 진짜 내가 되게 해주시는 분이에요.

그러니깐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서 서로가 진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사랑을 하려면 부모님의 사랑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배우고 알아가야 합니다. 그분을 알아갈수록 그분을 닮아갈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부가 되시겠습니까?

...

 

결혼이라는 언약을 통해서 두 사람이 인생의 새로운 면을 맞이하게 될 텐데, 서로를 옭아매는 언약이 아니라 서로가 참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언약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례사를 전했습니다.

 

사랑이 그런 것 아닐까요? 사랑한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그를 더욱 그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일이죠. 나를 가장 나 다운 사람으로 만들어 주시는 분은 우리 구주 예수님입니다. 내 안에 살아계셔서 나를 하나님을 닮은 참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게 해주시는 분이죠. 이 가을에 그 사랑의 하나님과 찐하게 사랑을 나누시기를 소망합니다.

 

오늘은 예배 후에 정기총회가 있습니다. 곽형제 회장님을 비롯하여 총무 조요한 형제, 회계 김희라 자매, 서기 최혜연 자매가 함께 모여 정기총회를 준비하였습니다. 총회뿐만 아니라 한 해 동안 그들의 수고와 섬김은 몇 마디 글로 다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임원들의 수고와 헌신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총회 후에는 청년부 전체가 함께 식사를 나눕니다. 동참해주셔서 즐거운 교제의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푸르른 젊음과 단풍의 붉은 색깔은 어울리지 않지만, 아름다운 계절만큼 아름다운 갈렙 청년들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19년 11월 10일

유동근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