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입동(入冬)이 지났는데도 햇볕이 아직 따뜻합니다.
기실, 햇볕은 언제나 따뜻합니다. 다만 햇볕과 우리 사이에 있는 차가운 바람이 그 따뜻함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게 할 뿐입니다. 가을에 들어선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나뭇잎이 찬바람을 맞는 것이 싫은지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가 봅니다.
찬 바람을 뚫고 오랜만에 밤 산책을 하는데 아무리 걷고 뛰어도 몸이 따뜻해지지 않습니다. 5분 정도 달리다보니 그제야 몸에 조금 열이 달아오릅니다. 참 신기하게도 밖에서 부는 차가운 바람을 견딜 열기가 내 안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열기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죠. 집에 들어와서 아직 1m도 채 되지 않는 아들을 안아주었는데, 신기하게도 다시 몸이 따뜻해집니다. 그 작은 체구의 아기인데도 둘이 몸을 맞대고 있으니 참 따뜻합니다.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햇볕과 같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집니다. 그러나 그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정권 아래에서 살거나, 태어나면서부터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야 할 때, 혹은 나면서부터 알 수 없는 병을 안고 살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갈 때, 등입니다. 햇볕의 따뜻함을 가리우는 일들이 삶에 참 많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우리네 삶이 참 힘겹습니다. 겨울이 깊어지면 봄이 올 때가 되었다고 느끼게 마련인데, 내 인생의 겨울은 도대체 언제 끝날런지.. 이 차가움이 사라지지가 않습니다. 스스로 차가움을 이겨보려고 열을 내보지만, 그 따뜻함이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식어버립니다.
바쁘게 살아야 미덕인 것처럼 가르치는 이 세상 속에, 차가움을 느낄 겨를이 어디 있냐며 사람들은 그저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달리고 있을 때 뿐입니다. 잠깐만 멈춰서 걸어도 갑자기 찾아오는 이 서늘하고 슬픈 마음을 어디에 말 할 곳이 없습니다. 그냥 다 그렇게 산다고, 사는 대로 살자고 하는 것이 이 세상의 원리이지요.
우리 삶에 찾아오는 이런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따뜻함은 무엇일까요? '사람'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교제하고, 관계를 맺고, 서로의 마음을 나눌 때 그 온기 또한 전해집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참 따뜻하고 살만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됩니다. 내가 즐거웠던 일을 함께 기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내가 힘들었던 일을 듣고 함께 아파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서로의 평범한 일상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을 때 이 차가운 세상이 살만한 곳이 됩니다. 좋은 사람으로부터 전해지는 온기는 오롯이 우리의 마음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바라기는 우리 청장년 가족들이 그런 온기를 나누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눈 인사를 나누어도 그 마음이 전해지고, 같이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면 더욱 따뜻해 지고, 어쩌다 밥이라도 한 끼 하면 그 따뜻함이 더 오래 갈 수 있는 공동체 말이죠. 이제 겨우 한 번 모였는데, 이런 일이 가능할 리도 만무합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의 만남 속에 우리 주님이 함께하신다고 약속하셨으니, 그분으로 인하여 이 일이 가능하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 청장년 소식
1. 지난 주일(11/3) 청장년 부부 세미나를 잘 마쳤습니다. 성경적인 부부됨과 연합이 무엇인지, 자녀를 어떻게 양육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별히 짧은 소그룹 시간은 정말 좋았고, 저녁 식사까지 완벽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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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중에는 815셀 심방이 있었습니다. 함께 예배 드리고, 기도제목을 나누는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에어컨을 틀었던 것 같은데 곧 겨울이 올 모양입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특별히 계절에 민감하신 분들은 마음의 병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찹니다. 서로가 서로의 찬 바람을 막아주고, 하나님의 온기를 전하는 청장년 가족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024년 11월 9일
유동근 목사 드림
* ps.
셀 심방은 언제든 심방 전도사님(김수미, 김리아)들을 통해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저 한가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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