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본가가 있는 강원도 정선으로 가는 길에 큰 눈이 내린 적이 있습니다. 그 양이 얼마나 많던지 순식간에 도로 위의 차선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날도 어두워져서 비상등을 켜고 서있던 그 때에 제 차를 앞질러 가는 차가 있었습니다. 제설차량이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다행히도 그 차가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눈 오는 밤길을 무사히 달려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눈 덮인 길을 가야할 때 앞에 걸어간 사람의 발자국이 남아 있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더 즐거운 일은 그 길을 함께 걷는 사람이 있을 때입니다. 이 땅에서 우리가 하나님을 신앙하는 일도 이와 비슷합니다. 신앙은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것일까요? 아니면 뒤에 따라올 사람들을 위해 발자국을 남겨주는 일일까요? 아니요. 신앙은 나의 오늘에 함께하시는 하나님과 지금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어디’를 가는 가보다, ‘누구’와 함께 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누리는 즐거움만큼 큰 것이,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동행할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은 그 순례의 험난한 여정을 ‘신실’(faithful), ‘소망’(hopeful) 이라는 친구들과 함께 걷기 때문에 끝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다윗은 위기의 순간에 요나단이라는 친구가 있었기에 그 어려움을 이길 수 있었죠.
그 동행의 기쁨을 오랫동안 누리기 위해서 주의해야 하는 정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옆에서 걷는 사람의 발걸음에 맞추어 걷는 일입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 보면, 나비에 관한 일화가 소개됩니다. 한 마리의 나비가 단단한 번데기를 열고 나오는 감동스러운 장면에서, 너무 고생스럽게 발버둥치는 나비가 안타까웠던 조르바는 나비를 돕기 위해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어 줍니다. 단단한 껍질이 부드러워지고 쉽게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기어 나왔습니다. 드디어 나비가 세상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이지요. 하지만 이내 나비에게 문제가 생깁니다. 고치 속에서 꼭꼭 접혀있던 나비의 날개는 아침에 해가 따스하게 비출 때에 그 자연의 기운이 온 몸의 구석구석에 퍼지면서 신비롭게 활짝 펼쳐지게 마련인데, 너무 일찍 나온 나비가 날개를 펴지 못하는 겁니다. 결국 나비는 몸을 파르르 떨다가 몇 초 뒤에 손바닥에서 죽고 맙니다. 나비는 나비의 속도가 있었던 것입니다. 안쓰러워도 나비 스스로가 그 과정을 오롯이 지났어야만 했고, 조르바는 나비의 시간을 기다려 주어야 했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안달내지도 말고,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겨야 함을 뒤늦게 깨달은 것입니다. 성숙한 공동체의 모습은 목적지를 향해 모두가 얼마나 빠르게 걸어가고 있는지를 통해 드러나지 않습니다. 느리게 걷는 공동체의 일원의 발걸음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맞추어 가고 있는지를 통해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2019년 여름수련회의 주제는 “나를 찾는 여행”입니다.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통해 ‘나’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의 인생길에 함께할 참 좋은 길벗을 만날 수는 있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히 함께 할 수 있는 신앙의 길벗 말입니다. 갈렙 청년 공동체 안에서 그런 길벗을 만나게 되고, 무엇보다 나의 인생길에 늘 함께하시며 진실한 친구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시간이기를 소망합니다.
지난주에는 박은호 형제(7/18)와 임채은 형제(7/20)의 생일 축하가 있었습니다. 7월 생일을 맞은 청년들을 축복하고 축하합니다. 7월 22일부터는 2주간 청년 특별새벽기도회가 있습니다. 아침 6시 30분에 3층 학생부실에서 함께 말씀을 듣고, 기도하고, 맛있는 아침 식사를 먹을 계획입니다. 무더위에 지친 영과 육을 배불리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 주도 주의 은혜로 살아갈 갈렙 청년들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19년 7월 14일
유동근 목사 드림
'목회서신_THE LETTER TO CALEB'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찾는 여행 #3 "식사" <제7호 (20190728)> (0) | 2020.03.24 |
---|---|
나를 찾는 여행 #2 "이야기" <제6호 (20190721)> (0) | 2020.03.24 |
감사의 마음 <제4호 (20190707)> (0) | 2020.03.22 |
내면화와 외향화 <제3호 (20190630)> (0) | 2020.03.22 |
그리고 만남 <제2호 (20190623)> (0) | 2020.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