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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_THE LETTER TO CALEB

지금 이 순간 <제31호 (20200830)>

by reminder of Him 2020. 8. 30.

아내의 본가가 있는 강원도 정선은 제가 참 좋아하는 곳입니다. 큰 산들에 둘러싸인 마을 안에 처갓집이 있는데, 마을 전체가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아파트의 가장 높은 층에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살고 계십니다. 마을 한가운데를 유유히 흐르는 강물, 아무런 말이 없이 늘 그 자리를 지키는 산들, 큰 소리가 들리지 않는 조용한 마을을 둘러보는 시간만큼 마음이 편안한 시간이 없습니다. 물론 집 안에서는 시끄러운 아이들이 눈을 떠서 잠들기 직전까지 소리를 지르고 있어서 귀는 쉴 틈이 없었지만 말입니다.

 

오랜만에 핸드폰의 알람도 꺼두었습니다. 아침에 마음껏 자고, 밤에는 아이들과 함께 잠들고, 좋아하는 책도 읽고, 게임도 하고,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틈을 내어 영화도 한 편 보았네요.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시리즈 영화인데, “런던 해즈 폴른(London has fallen, 2016)이라는 제목의 액션 영화입니다. 좋아하는 배우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과 제라드 버틀러(Gerard Butler)가 나오는 영화라서 시리즈를 순서대로 보고 싶었지만, 한 편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쉼은 어떤 것일까요? 연차를 잘 모아서, 적절한 날짜를 잡고, 좋은 장소를 선택한 후에,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떠나는 그런 것인가요? 좋은 시간이죠. 하지만 그런 모든 조건이 완성되어야만 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늘 가는 익숙한 장소에서, 편한 사람과 어울리며, 긴장된 생각에 틈을 주는 것, 그 짧은 시간도 우리에겐 쉼이 됩니다.

 

 

이런 생각은 휴가 중에 읽은 소설가 김연수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마음의 숲, 2012)에서 얻은 깨달음인데요. 저자가 책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휴식이란 내가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경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와중에 잠시 시간을 내서 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나를 둘러싼 반경 10미터 정도, 이게 바로 내가 사는 세계의 전부구나.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몇 명, 혹은 좋아하는 물건들 몇 개. 물론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세계가 그렇게 넓을 이유도, 또 할 일이 그렇게 많을 까닭도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정말 나는 잘 쉰 셈이다.”

 

쉼도 경쟁하듯 자랑해야 하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진짜 쉼은 무엇일까요? 내가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잘 경험하지 못한 채 늘 새로운 것을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우리를 더욱 쉴 수 없게 만드는 욕심인지 모릅니다. 나를 둘러싼 반경 10미터 정도를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평생 행복한 쉼을 누리며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스도인의 참 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진짜 속한 세계,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는 것이죠.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쉼은, 이 땅에서 누리는 하나님의 다스림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사는 사람들, 약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늘 베풀 준비가 된 사람들, 그들 옆에 살면서 그 안에 계신 하나님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마음에 참 쉼을 주는 일 아니던가요. 먼 미래와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경험하는 것 말이죠.

 

 

코로나19로 인하여 일요일을 온전히 쉴 수 있게 되어서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쉴 수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만 쉬는 것이 참된 쉼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몸도 예배를 갈망하는 것을 느끼거든요. 우리의 예배가 참 쉼의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하는 시간 말입니다.

 

 

예배를 온라인으로 한 주 드렸는데 여러분들을 한참이나 못 본 느낌입니다. 몸은 쉬는 것 같으나 마음이 참 공허하네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다음주(9/6)까지는 유튜브 라이브로 예배를 드릴 예정입니다. 예배를 통해 우리를 사랑으로 다스리시는 하나님을 경험하시기를 소망합니다.

 

 

9월 생일을 맞은 청년들을 축복합니다. 박종민(3), 김지아(5), 김준서(9), 노효승(15), 조대연(27), 이주현(28)입니다. 축하합니다. 9월 중보기도표가 나왔습니다. 서로의 기도제목을 보며 함께 기도해주시고, 그 기도의 끈을 놓지 않으시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분주해야 하는 우리의 일상이 바이러스로 인하여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날 시간은 조금 줄고 가족과 함께할 시간은 늘었거든요. 내 삶의 반경 10미터. 가까운 사람들을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삼으시고, 지금 이 순간을 진정한 쉼의 시간으로 누리는 여러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바이러스와 재난이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우리를 위해 탄식하며 기도하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사랑하며 축복합니다.

 

 

 

2020830

유동근 목사 드림

교회학교 기도제목(2020년 9월).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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